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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30, 2020

34주아기 낙태한 의사 '유죄→무죄'…넉달 남은 낙태죄의 운명은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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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합법적 임신중절을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뉴스1]

한 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합법적 임신중절을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뉴스1]

34주 된 아기를 낙태 수술한 의사가 지난 4월 1심에서는 낙태죄에 대해 유죄를, 이달 27일 2심에서는 무죄를 받았다. 1심과 2심 사이 4개월여 동안 법이 달라진 건 없다. 그런데도 낙태죄 유ㆍ무죄가 달라진 건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이를 이 사건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34주 아이 낙태…20여일 뒤 헌재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의사 A씨는 2019년 3월 서울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미성년 산모의 낙태 수술을 한다. 수술 전 34주 된 아이는 낙태 수술을 하더라도 살아서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수술은 진행됐다. 태어난 아이는 곧바로 물이 담긴 양동이로 들어가 숨졌다. A씨는 업무상촉탁낙태죄 및 살인죄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1ㆍ2심은 아이를 양동이에 담았다는 살인죄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쟁점이 됐던 건 A씨에게 낙태죄 유죄를 물을 수 있는지였다. 1심 재판부는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A씨에게 낙태죄 유죄를 물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당시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과 임신한 여성의 승낙을 받아 낙태한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다만 이 조항은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계속 적용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면서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며 태아가 엄마의 몸을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임신 22주 내외라고 보고 이 기간을 ‘결정 가능 기간’이라고 칭했다. 
 

낙태죄 유무죄는 왜 뒤집혔나 

1심 재판부는 헌재가 낙태죄 조항의 효력을 즉시 잃게 하는 대신 입법시한을 둔 점에 주목했다. 아직 헌재가 제시한 입법시한은 오지 않았고, 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헌재가 제시한 임신 22주를 훨씬 지난 34주의 태아를 낙태한 A씨의 행위는 처벌 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2심은 이런 1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2심은 “헌법불합치 결정은 결국 위헌 결정이고, 형법 조항이 위헌결정을 받았다면 소급해서 효력이 상실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따랐다. 항소심은 “아직 개정 시한이 남아 있는 경우에도 똑같이 판단해야 한다”며 전원합의체 판례의 보충의견을 덧붙였다.  
 

헌재 결정 이후 상황들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입장문 발표 간담회에서 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입장문 발표 간담회에서 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A씨의 1심 판결이 뒤집히기 전에도 낙태죄로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은 무죄 판결을 받는 사례가 있었다. A씨 1심보다 3일 먼저 판결을 받은 또 다른 의사 B씨는 낙태죄로 재판을 받던 중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고,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헌재가 22주 기준을 제시했지만, 주문이 아닌 결정 이유에 담긴 내용일 뿐"이라며 "하급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2019년 정의당 이정미 당시 의원이 형법상 '낙태의 죄'를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바꾸는 형법 개정안과 임신 주 수에 따라 임신중절 허용 사유를 다르게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큰 진전은 없었고 21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아직 새로 나온 낙태죄 관련 법률안은 없다. 지난해 6월 대검찰청은 낙태죄 처리 기준을 만들었다. 낙태 시 임신 주 수와 낙태 사유를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이나 기소중지, 기소 3단계로 나눈 사건 처리 기준이다. 이 역시 헌재가 제시한 22주 기준을 토대로 새로운 입법을 기다리며 그사이 발생한 사건의 기준이 되는 과도기적 성격이 크다.  
 

'주 수' 관계없이 낙태죄 처벌 폐지 권고받은 법무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지난 4월 27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 발족식'에서 김엘림 위원장에게 위촉장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지난 4월 27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 발족식'에서 김엘림 위원장에게 위촉장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21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낙태죄 전면폐지'를 법무부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낙태죄에 대해 자신의 몸으로 임신·낙태를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낙태죄를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형법 제27장(낙태의 죄)을 아예 없애되, 여성의 동의 없이 낙태하게 한 이를 처벌하는 '부동의 낙태죄'를 만들고 이는 상해와 폭행죄로 다루자는 권고다. '임신 22주 이내'처럼 특정 주 수를 기준으로 처벌을 면하게 하는 방법보다 더 나아간 권고안이다. 완전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온 여성단체들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종교계에서는 반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법무부에 "낙태죄 완전 폐지 권고안은 태아의 생명에 대한 국가 보호 의무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을 뜻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위원회의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사항이긴 하다. 법무부도 "정부 입장으로 확정된 건 아니다"고 밝혔다. 다 큰 아이를 낙태해 결국 살인으로 이르게 된 A씨 같은 사례가 또 없으리란 보장은 없기 때문에 법무부가 위원회의 권고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낙태죄 개정에 남은 시한은 넉 달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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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31, 2020 at 05:3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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